
미식미식
앱전략팀 / 먹는 것과 돈 버는 것을 좋아하는 직장인.
회식은 섬세하고 복잡한 비즈니스 미팅이다
“회식 장소 찾기야말로 직장인의 중요한 역량 중 하나야!💪”
사회 초년생일 때 한 선배가 저에게 했던 말입니다. 당시엔 그저 군기 잡는 멘트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이 말엔 꽤 중요한 직장 생활의 핵심이 담겨 있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회식만큼이나 복잡하고 섬세한 비즈니스 미팅이 또 없습니다. 잠시 밸런스 게임을 해볼까요⚖? 다음 중 여러분에게 더 어려운 식당 찾기는 무엇인가요?
l A : 처음 만나는 낯선 소개팅 상대를 위한 레스토랑 찾기💑
l B : 업무 스트레스로 가득한 직장인을 위한 퇴근 후 회식 장소 찾기🙄
저는 단연코 B가 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고려할 요소가 한둘이 아니니까요. 여러 인간 군상을 한데 모아야 하는 만큼, 누가 참석하는지 고려해서 어울리는 분위기를 찾아야 하죠. 또, 대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메뉴를 주문해야 하죠. 마지막으로 집에 돌아가도 어색하지 않은 적당한 타이밍을 보고 마무리까지 해야 하니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그 선배의 전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사회생활의 기본 매너와 처세, 영업 센스까지 두루 갖춰야 하는 회식 장소 찾기는 일잘러의 자격 조건에서 결코 무관하지 않은 영역이라고요😎.
회식 메뉴 선정에서 틀릴 확률이 낮은 메뉴가 있다?
그렇다면, 대다수에게 사랑받는 회식 메뉴는 무엇일까요? 그건 아무래도 고기입니다🥩.
노릇노릇 잘 익은 고기의 육즙을 음미한 후 술 한 모금을 탁 털어내면 깔끔하게 입안이 정리됩니다😋. 이 조합은 크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소고기는 퇴근 후 직장인이 회식 자리에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복지가 아닐까 싶은데요🍖. 법인 카드로 결제하는 만큼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몇 년 전 한 신문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고기 부위를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설문조사 주제와 달리 결과는 다소 뻔했는데요.
🥇 1위 등심
🥈 2위 안심
🥉 3위 갈비
이러한 결과의 이유는 ‘고기’ 하면 ‘구워 먹는 갈비’가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한국의 ‘구이 문화’와 관련이 깊다고 해요.
힙지로 7년 차 직장인의 추천 소고기 맛집 4
을지로에서만 어느덧 7년을 근무한 저는, 회사 근처에 있는 괜찮은 고깃집을 가볼 기회가 종종 있었습니다. 설문 조사 결과에 맞춰 한국인이라면 호불호 없이 좋아하는, ‘소고기 구이집’을 몇 군데 추천해 볼게요🍽.
🍗 상우가든 : 호주산 와규를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등심, 채끝 등심, 안심, 갈비 4가지 기본 구이가 메뉴이고요. 이전에는 데클(호주산 와규의 갈비에 해당하는 부분)과 치마살 등 육향이 진한 부위도 기본 메뉴에 있었는데, 최근에는 당일 시가 주문 또는 플래터로만 주문할 수 있어 조금 아쉽습니다😥. 정갈한 무한 리필 밑반찬과 고기 냄새가 배지 않도록 초벌구이가 되어 나오는 시스템 덕분에 까탈스러운 사우분들의 취향까지 맞추기 좋아요. BYOB가 가능해 단체 와인 시음회를 열기에도 좋고요🍷.
🍗 너애하누 : 최근 핫한 한우 전문점입니다. 가히 영포티 버전의 대도식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투박한 무쇠 팬에 지방 부위를 문질러 기름을 내고, 통 등심을 올려 굽다가 먹기 좋게 썰어주는 방식, 고깃기름에다가 양파와 버섯, 감자를 가니시로 볶아 먹고 마지막에 된장밥과 볶음밥으로 마무리하는 흐름까지 이 모든 게 대도식당을 연상케 하기 때문입니다😆. 테이블 위에 기름 자국이 선명하고 고기 냄새가 자욱한 서민형 식당과는 거리가 먼, 프라이빗 룸 완비와 말끔한 상차림 덕분에 노포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 사우분들을 모시기에 좋습니다👍.
🍗 한우드림 : 을지로에서 가기에는 거리가 조금 있지만, 마음먹고 가보기 좋은 곳입니다(예약 필수). 마장동에서 직송한 한우의 안심, 채끝, 부챗살, 살치살, 토시살, 치마살 등 열 종류의 부위가 코스로 제공되는데요. 구이뿐만 아니라 홍두깨살을 얇게 썬 육사시미와 설깃살로 만든 육회도 맛볼 수 있습니다🍗. 코스 중간에 소고기를 넣은 카레와 라면, 볶음밥도 제공되는데 웬만한 대식가가 아닌 이상 다 먹기가 어려운 양이에요. 가성비 면에서도 훌륭한 곳으로 한 번쯤 고기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가볼 만합니다😀.
🍗 오발탄 : 강남, 강북을 막론하고 직장인들의 회식 성지로 꼽히는 곳입니다. 등심 구이도 있지만 특양, 대창, 홍창이 인기입니다. 특양은 소가 씹은 음식물이 처음 들어오는 위 부위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약간 억세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반면에 소의 네 번째 위에 해당하는 홍창은 부드럽고 촉촉합니다🥩. 마지막으로 음식물이 소화되는 부위에 해당하는 대창은 지방이 많이 껴 있어서 고소해요. 소화액이 굳은 곱과는 또 다른, 내장 특유의 바삭한 기름이 배어 나오죠. 이렇게 다양한 부위의 소고기를 맛볼 수 있기 때문에 오발탄은 서울 직장인들에게 인기 만점 회식 장소가 된 것 같습니다🙌.
고기에 진심인 내가 미식 동호회를 만든 이유
요즘 가게는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예전의 정육 식당이나 노포 스타일의 가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한 번, 한 선배가 마블링이 꽃처럼 핀 투뿔등심을 새까맣게 태운 고무로 만들어서 제 접시에 올려준 적이 있었습니다. 새까맣게 그을린 고기를 보며 제 마음도 타들어 갔어요🤯. 그때, 나라도 고기 굽기의 고수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얼마 뒤 저는 ‘고기 수첩‘이라는 제목의 책을 샀고, 여러 부위의 고기를 직접 사서 비교해 보면서 구웠습니다. 부위별로 적정한 조리 기구와 굽는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연습한 것이죠👩🍳. 고기에 대한 진심으로 고기 굽기를 연구하며 깨달은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지방과 근질이 조합된 최고의 풍미를 끌어내기 위해선 ‘마이야르 반응’이 가장 중요하다.
2. 두꺼운 고기는 리버스 시어링을 통해 낮은 온도부터 균일하게 익혀야 한다. 얇은 고기는 육즙이 날아가지 않는다면 일반 상식과 다르게 자주 뒤집어 가며 구워도 상관없다.
3. 다 구운 고기는 바로 자르기보다는 레스팅하여 육즙이 고루 퍼지게 한 후 자르면 더 맛있다.
4. 생각보다 팬의 성능과 두께는 고기를 굽는 데 중요한 요소로 직결된다. 장비가 곧 기술이다.
굽는 방식과 기술에 따라 고기의 식감과 육즙, 풍미가 좌우된다는 것을 깨닫고,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미국 앵거스도 투뿔 한우만큼이나 맛있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이로 인해 미식에 대한 저의 질문은 점차 바뀌었습니다🤔.
‘무엇을 먹을까?’에서 ‘어떻게 맛있게 먹을까?’로.
‘어디에서 먹을까?’에서 ‘누구랑 먹을까?’ 로요.
외부 동호회를 많이 나간 것도, 와인을 자주 마시게 된 것도 그 무렵부터였습니다. 일명 ‘3대 와인 동호회’라고 불리는 곳에서 마리아주에 맞추어 술과 음식을 먹고, 친구와 함께 파티 커뮤니티도 직접 만들어보는 등 업무와는 관련 없는 사적 모임을 꽤 많이 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지금 케이뱅크에서 미식 동호회를 만들게 된 것도 이러한 경험의 영향이라고 생각하고요😎.
직장인에게 회식이란?
최고급 소고기도 마음이 불편한 상사와 함께하는 식사 자리라면, 질긴 타이어를 씹는 듯한 맛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면에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하는 편안한 자리라면, 소주 한 잔에 곁들이는 스페인산 냉동 삼겹살도 웬만한 소고기보다
맛있죠.
문득, 이
대목에서 일본의 어느 스시 장인이 책에 쓴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장인이
말하길, “최고의 요리사는 자기가 가장 잘하는 요리를 내어놓는 기술자가 아니다”라고 해요. 그는 “최고의
요리사란 들어오는 손님의 기분에 맞춰 알맞은 요리를 그때그때 최상의 상태로 내어놓을 수 있는 예술가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글을 쓰며 다시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직장인에게 있어 회식이란 단순히 다 같이 모여 음식을 먹는 자리가 아닌, 인간관계의
역학과 미식의 매트릭스를 담은 ‘맡김차림(오마카세)’이 아닐까 하고요. 매일 먹는 한끼의 식사는 쉬울지 몰라도, 사회생활이든 미식이든 세상에 쉬운 건 하나도 없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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